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실패사례와 그들이 남긴 '블랙-숄즈 방정식'

 흔히 주식투자에서 '확신을 해서는 안된다.'고 많이 얘기합니다. 몇 년 이상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전업투자자들도 한번씩 큰 손실을 볼 때는 확신을 했을 때라는 사례들이 많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보통 확신을 가지게 되면 무리하게 투자를 하게 되고 예상과 틀렸을 때 굉장히 큰 손실로 이어집니다. 1990년 대에 세계의 천재들이 모여 주식투자를 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주식의 필승공식이라고 불리는 방정식도 남긴 이 그룹은 엄청난 수익률을 내면서 월스트리트의 전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결국은 실패했다고 합니다. 이 사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천재들의 투자,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은 1994년, 채권 차익거래의 귀재라고 불린 존 메리웨더가 하버드대 마이런 숄즈 교수 등과 함께 설립한 투자전문회사로 이론과 실제 운용의 접목을 시도했습니다. LTCM은 하버드, MIT, 런던대 등 유명 대학의 석박사들로 구성되었는데, 이들 중 숄즈와 MIT의 로버트 머튼 교수는 '블랙-숄즈 모델'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경제학도라면 한 번쯤 접해볼 수 있는 '블랙-숄즈 모델'은 옵션 등의 자산 가치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으로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중요한 경제학 이론 중 하나입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들과 스타 펀드매니저라는 꿈의 조합으로 시작한 LTCM은 꿈과 같은 성공으로 시작했습니다. LTCM은 첫 3년 동안 각각 28%, 59%, 57%로 독보적인 단기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LTCM이 월스트리트에 '퀀트(Quantitative+Analyst, 계량 분석가) 전성시대'를 활짝 열면서 뛰어난 수학자와 경제학자는 물론 물리학자들도 LTCM에 입사원서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완벽하다는 극찬과 함께 LTCM은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 될 준비를 마친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LTCM의 투자전략은 단순했습니다. 이들 천재들의 이론에 따라 슈퍼컴퓨터가 산출한 특정 자산의 '이론 가치보다 비싸면 매도, 싸면 매입'이라는, 이론적으로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무위험 수입 전략이었습니다.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인지, LTCM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빚내서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1997년, 당시 47억 달러의 자본금으로 1250억 달러를 운용했으니까 자기 자본 대비 26배의 레버리지 투자를 진행한 셈입니다. 확신과 자신에 찬 LTCM은 더 큰 수익을 위해 글로벌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아시아 시장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고 러시아 국채에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무려 5%를 LTCM 단독으로 움직일 정도의 규모로 운용하게 되었습니다. '큰 국가의 국채는 망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절대 명제 하에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변수를 배제한 이론과 계산만을 맹신한 LTCM은 결국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10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면서 26배의 레버리지 투자 때문에 조그만 손실에도 회사의 투자금 5조 원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태로 세계 경제 위기를 우려한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더 큰 재앙은 막았지만 LTCM은 파산을 면치 못했습니다.

 천재 때문에 성공했지만, 천재 때문에 실패해버린 LTCM은 투자란 이론만으로 결정될 수 없고, 분산되지 않은 몰빵식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 투자인지 깨우쳐주면서 월가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론만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확신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투자를 할 때 어떤 이론을 따르고 있으며 어떻게 리스크관리를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돈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 블랙-숄즈 방정식

 블랙-숄즈 방정식(블랙-숄즈 주가 모형)은 LTCM의 하버드대 마이런 숄즈 교수와 미국의 경제학자 피셔 블랙이 만든 옵션 가격 결정 이론으로 파생상품의 위험분석과 가격결정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이 이론은 물리에서 액체나 기체 속에서 미소 입자들이 불규칙하게 운동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브라운 운동처럼, 주식 가격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데 기반한 이론입니다. 블랙과 숄즈는 위험 없이는 수익을 금리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옵션의 가격이 만족하는 방정식을 유도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유도된 블랙-숄즈 방정식은 물리학에서 도체에서의 열전달을 설명하는 열전도 방정식과 형태가 굉장히 비슷했습니다. 이후 이 방정식은 옵션 가격 분석의 세계적인 표준이 되어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블랙-숄즈 방정식은 시간에 따른 주가 변화를 추정하는 편미분방정식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금융에서의 위험은 곧 미래의 불확실성을 의미합니다. 주가가 상승하는 방향으로 예측했지만, 그 변동폭 혹은 불확실성은 곧 위험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수학에서 특정 자산의 위험은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자산의 단순 수익률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특정 자산 수익률의 분산이나 표준편차가 클수록 실현 수익이 시장 평균에서 더 멀어져 있으며, 수익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이 값들이 작아질수록 불확실성의 줄어들고 수익 실현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자산의 연간 수익률의 분산이나 표준편차 값을 통해, 주가 변화의 불확실성을 추정하는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랙-숄즈 방정식의 영향

 블랙-숄즈 방정식은 결국 파생 상품의 정상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지는지를 수학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인 것입니다. 모든 투자자들은 각자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정상 가격을 판단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투자해왔다면, 이 모델을 통해 더 객관적이고 수학적으로 계산된 기준을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파생 상품 구매자들이 상품의 정상 가격을 산출하게 되면서 매매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이에 추가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따르는 위험을 분석해 보호책을 제시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방정식을 토대로 1973년 설립된 세계 최초 옵션거래소인 시카고 옵션 거래소가 큰 성공에 거두게 됩니다. 이후로 월스트리트에서 옵션을 포함한 수많은 파생 상품들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987년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리는 주가 폭락 시기에서 하루 만에 다우존스 지수가 23%나 하락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예측 불가한 경제 위기 상황은 블랙-숄즈 방정식뿐만 아니라 어떤 모델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코너 앤 어소시에이츠 사는 블랙-숄즈 주가 모형의 가정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약간 수정된 방정식을 활용해 1987년 주가 대폭락에서 살아남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금융 모형은 꾸준히 개선되며 반복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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