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그로스 매니저 주영민, < 가상은 현실이다 >

2020년이 6개월 남았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수많은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압축적으로 기술 혁명이 일어난 것은 인류 역사상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기술 혁명과 함께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했습니다.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갈라놓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샷을 위해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고, 인생 샷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봇이 여론을 조작합니다. 반대로 인간이 봇처럼 혹은 기계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우리 시대의 석유라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오늘의 기술 혁명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가상은 현실이다 >

 오늘의 기술 혁명들은 과연 서로 연관이 없는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일까요? 아니면 하나의 방향성을 공유하는 커다란 흐름일까요? 이 책의 저자인 주영민 저자는 지금 일어나는 기술혁명 뒤에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상화 혁명'입니다. 가상화 혁명이란 기술이 현실을 가상화시키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화된 현실이 다시 실제 현실을 교란하고 집어삼키는 현상입니다. 소셜미디어는 현실을, 인공지능은 지능을, 암호화폐는 화폐를 가상화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현실, 가상의 지능, 가상의 화폐는 각각의 원본과 충돌하고 대립합니다. 가상은 현실을 위협하고 현실을 가상의 논리로 조작하려 합니다.

 

 

< 가상은 현실이다 > 저자, 구글 그로스매니저 주영민

 이 책 <가상은 현실이다>의 저자 주영민은 구글에서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 그로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에 글로벌 쉐이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청년 리더 40인 중 한국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2019). 그리고 인터넷과 테크업계, 미디어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현시대의 변화상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현시대의 기술 변화의 흐름, < 가상은 현실이다 >

 요즘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퍼지는 강박증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셀카 이형증인데, 인스타그램으로 변형된 자기 자신처럼 스스로의 신체를 바꾸려는 강박증입니다. 옛날에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은 본인이 닮고 싶은 셀럽 사진을 갖고 왔지만, 최근에는 인스타 필터로 바꾼 자기 자신의 얼굴 사진을 많이 가지고 온다고 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새로운 인격체이고 우리는 그 인격체를 굉장히 의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하다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느낌이라는 뜻입니다. 인스타에 특화된 외모, 인스타에 특화된 신체, 인스타에 특화된 취향, 미국에는 인스타그램을 위한 미술관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예술 감상이 아니라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알록달록한 작품만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저자는 이곳에서 전시되는 것은 미술작품이 아니라 바로 그 인스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들 자체가 또 다른 작품이 되어 우리에게 매우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가상에 사로잡힌 그 실체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라 사진을 남기는 행위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인스타그램 세계에서 스스로를 인정받기 위함입니다. 모든 것이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바뀌고 있는 이 현상은 가상화 혁명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모든 실체 자체가 가상에서 보기 좋은 형태로 바뀌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스타그램에서 살아있기 위해서 사진을 촬영하는 걸까요?

 인공지능을 생각해봅시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따라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완전히 다른 가상의 지능을 창조합니다. 알파고의 핵심 알고리즘인 뉴럴넷은 인간의 신경망을 흉내 낸 인공지능 방법론입니다. 하지만 뉴럴넷은 인간이 100년 동안 두어야 둘 수 있는 바둑의 기보를 하루 만에 학습하고 수천 개의 시나리오를 1초 만에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인간 지능과 가장 흡사한 인공지능 방법론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을 완전히 넘어서버리는 초지능의 단서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가상의 지능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판단 과정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범죄자 판단부터 의학적인 판단, 그리고 광범위한 경영적 판단까지 인간과 닮지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신뢰받고 사랑받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결함이나 인간적인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갖는 가장 큰 공포는 아마도 일자리의 자동화 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일자리의 자동화보다 더 걱정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의식의 자동화입니다. 다양한 추천 알고리즘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선택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우리의 취향이나 관점과 신념은 과연 우리의 것이 맞나요? 그것은 알고리즘 추천에 의해 누적된 어떤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암호화폐는 어떨까요?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습니다. 하지만 허상은 아닙니다. 가상의 숫자이지만 현실 자산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지닙니다. 때로 이 숫자는 현실 자산보다도 가치가 더 높아지기도 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비트코인이 자국 화폐보다 더 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정치, 경제적 혼란 상황 속에서 자국화폐를 비트코인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가상 화폐와 실물 화폐가 역전된 것입니다. P2P 화폐인 비트코인은 단순히 돈거래만을 P2P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윤리 자체를 P2P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의 모든 돈거래는 정부가 개입해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돈을 보면 그 사회의 가치와 그 사회의 윤리가 나타납니다. 달러로 살 수 있는 것과 원화로 살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다릅니다. 마리화나, 성매매, 포르노, 낙태, 안락사와 같은 거래들은 어떤 돈으로는 거래할 수 있지만, 어떤 돈으로는 거래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대에 정부가 윤리를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 모든 논리를 무력화시킵니다. 비트코인은 개인과 개인이 합의하게 된다면 모든 거래가 가능합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는 디지털 세계의 거래가 현실 세계에 들이닥치게 된다면 미래의 윤리는 지금과 같지 않게 될 것입니다. 보편 윤리는 약화되고 사람들 사이의 합의와 상대주의적 윤리는 더욱 강화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날은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과 그 원본이 되는 실재 사이가 충동하고 있는 세계입니다. 아직은 실재가 권력을 쥐고 있지만, 가상은 빠르게 실재의 권력을 탈취해나가고 있습니다. 가상과 실재 사이의 권력은 빠르게 뒤집힐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100년, 1000년 뒤의 세계는 어떨까요? 만약 미래가 완전히 가상화된 세계라면 오늘날은 어떤 역사의 단계일까요? 2010년대는 완전한 가상화 단계로 들어가기 위한 역사의 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저자 주영민이 말하는 책 < 가상은 현실이다 >

 주영민 저자는 개인적으로 지난 5년 동안 구글에서 일하며 다양한 기술적 변화들을 봤다고 합니다. 근데 이러한 기술적 변화들이 언론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것을 보면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기술적 변화가 단순히 비즈니스적 변화, 혹은 산업 안에서만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성 자체의 변화 또는 문명 차원의 변화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러한 관점은 사실 찾아보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저자는 많은 기술적 논의들이 미래가 아니라 오늘을 다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 <가상은 현실이다>를 통해서 지금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기술적 변화들을 단순히 산업의 관점이 아니라 좀 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좀 더 비판적인 관점에서 이 시대를 독해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현실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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