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시위 정리(이유와 배경, 그리고 본질)

 칠레의 반정부 시위가 벌써 한달 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칠레 역사상 가장 큰 대규모의 시위라고 하는데, 칠레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포스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칠레 시위의 근본적인 배경과 원인과 전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칠레 시위

 
칠레 시위의 배경

칠레 반정부 시위가 어떻게 촉발되었을까?

칠레 시위칠레 시위
칠레 시위칠레 시위

 잘 아시다시피 시위는 지하철 요금을 약 우리돈으로 50원 정도 인상하면서 촉발되었습니다. 시위를 시작한 지 이제 거의 3주가 넘었지만 아직 끝날 분위기가 아닙니다. 시위는 칠레 역사상 최대 규모인 120만 명이 모였던 지난달 25일 시위로 고비는 넘겼지만 좀 더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지하철이 저녁 8시에 운영이 중단되는가 하면, 우직 수십 개의 지하철역이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대학이 점거 되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위대의 폭력과 경찰의 고무탄 사용과 같은 과잉 진압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칠레는 잘 사는 나라?

칠레 시위칠레 시위
칠레 시위

 한국인이 칠레에 오면 '칠레가 이렇게 잘 사는 나라인 줄 몰랐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GDP로 비교해보면 칠레는 2018년 기준 1인당 GDP는 약 1만 6000달러로, 아르헨티나 1만 1600 달러, 페루가 7000달러, 베네수엘라가 3374불 등 주변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훨씬 잘 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남미에는 지하철이 없는 나라가 많은 나라인데 칠레는 지하철을 7, 8, 9호선까지 개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칠레 시위의 원윈, 이유

그 정도로 잘 사는 나라이고, 치안도 안정된 나라인데

시민들이 이번에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칠레 시위칠레 시위

 칠레 시위의 원인은 불평등 즉, 양극화 때문입니다. 칠레는 '어떻게 이런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지?'라는 의문을 꽤 오랫동안 가질만큼 불평등이 심각합니다. 칠레는 OECD 36개국 가운데 멕시코와 소득 불평등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약 25%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9년 OECD 보고서를 보면 칠레의 상위 10% 소득이 하위 10% 소득의 19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은 9배가 된다고 하니 간단히 비교했을 때 칠레는 한국보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2배 정도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하는데 칠레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예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칠레를 '신자유주의 천국'이라고 하는데,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경쟁과 효율에 기반해 사회가 작동하고, 그 책임을 개인이 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현재 불만이 터져 나오는 연금, 의료, 교육, 교통비 및 전기료 등 공공 서비스는 국가가 기본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해야 할 부분인데, 반대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칠레는 이런 민영화로 인해 어떤 사회적 문제가 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칠레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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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연금을 보면, 국민연금 관리공단 같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6개 연금운영사가 경쟁하고 수수료를 떼갑니다. 그래서 원하면 매달 자신의 연금을 운영할 회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금액 평균은 지난 3월 기준으로 25만 9000페소, 우리나라 돈으로 약 45만원입니다. 2016년 2월 기준으로 15만 페소 (한화 22만원) 이하를 받는 사람이 약 90%에 이른다고 합니다. 칠레는 한국과 물가가 비슷하니 상당히 힘든 상황인 것입니다. 그 다음은 의료보험인데, 약 14%가 가입한 사보험인 ISAPRE가 있고 78%가 가입한 공공보험 FONASA가 있으며, 그리고 나머지 군인 의료보험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돈 있는 사람은 비싼 사보험에 가입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병원, 세브란스 병원 이런 곳에서 5~10% 정도의 자부담금만 내고 치료를 받는다고 할 수 있고, 반대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다수의 사람들은 질 낮은 공공병원을 갈 수 밖에 없고 거기서도 수술을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공공병원 종사자들이 전문의가 부족하고 수술 장비 및 의약품 등이 부족하다가 시위에 나설 정도입니다. 교육 시장을 살펴봐도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경제적 소득에 따라서 나눠집니다. 무상인 공립학교, 개인이 비용을 분담하는 반 공립학교, 순수 사립학교로 나뉩니다. 대부분 유치원에 들어가서 14년을 한 학교에서 다닙니다. 그러니 5~6살 때 돈 있는 집 자식들은 일찍부터 좋은 순수 사립학교에 들어가서 웬만하면 중상위권 대학 진학은 보장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주요 41개의 대학 가운데 공립학교 출신이 30%인 반면에 순수 사립학교 출신은 79%가 선발된 것을 보면 학교별 수준에 따라 성적이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순수 사립학교의 학비는 요즘 평균 월 40만 페소 수준으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습니다. 국민의 50%가 월 40만 페소 이하를 버는 상황에서 고소득층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주요 간선 도로 등의 통행료입니다. 대부분 국가가 건설한 것이 아니라 민자 도로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익을 추구하게 되고 통행료가 계속 오르는 것입니다. 전기, 상수도, 가스 등도 다 민영화되어 각 분야별로 전국에 회사가 10~20개 가까이 있어서 그 중에 자신이 이용하는 회사를 골라서 납부합니다. 공공서비스의 주요 민영화 사례만 예를 들었는데, 기본적으로 국가의 일이 최소화된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공서비스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국민들에게 기본권을 제공하고, 과세를 통해 구현하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사실 칠레에선 대단히 취약한 것입니다.

 

칠레 시위의 근본적인 원인과 본질

칠레의 이런 상황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칠레 시위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모델은 1973년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뒤 구리광산 민영화를 시작으로 공공서비스조차 경쟁과 효율을 내세우면서 시장에 맡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중도좌파연합이 1990년 민주화 이후에도 20년을 집권했지만 그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 요금 인상액 30페소가 아니라 문제는 30년이다."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칠레 시위는 1990년 피노체트의 독재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된 사회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칠레 정부는 시위대의 폭력을 문제 삼고 있지만, 시위대는 오히려 '국가의 폭력'을 되묻고 있습니다. 즉, 국가가 기본적 서비스조차 시장에 맡기고 국민의 삶이 무너지도록 방치하고, 심각한 불평등 속에 살도록 한 것이 국가의 폭력이라는 것입니다.

 



칠레 시위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칠레 시위

 기본적인 원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반정부 시위대는 대통령 하야와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녜라 대통령에게 물러나라는 요구를 했지만 본인은 본인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에 헌법을 새로 재정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약 80%가 요구하고 있고 이번 칠레 시위는 사회 위기이자 현 상황에서 출구도 보이지 않고 있다보니 정부도 부정적인 태도에서 새 헌법 제정에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 헌법에는 기본적인 사회보장, 즉 의료, 교육, 노동, 연금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이와 관련된 조항에 대한 수정도 의회 의석의 2/3 된 조항을 낮춰서 앞으로 국민의 요구를 조금 더 쉽게 반영하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결국 새 헌법에는 국가 운영의 대원칙을 담는 만큼 칠레가 갈구하는 새로운 사회협약의 정신에 바탕을 둔 사회모델의 가치가 담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17일 피녜라 대통령은 "새로운 헌법을 만들기 위한 이번 합의는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될 것"이라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또 연금 문제를 최우선으로 개선하는 등 단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BBC - 칠레 시위: 데이터로 살펴본 칠레의 경제 불평등

한겨레 - 칠레, 단돈 ‘50원’이 폭발시킨 ‘불평등’ 격분…비상사태 확대

한겨레 - ‘양극화 분노’ 불타는 산티아고…“칠레는 깨어났다!”

연합뉴스 - 칠레 산티아고 사상 최대 시위…"100만명 넘게 참여"

BBC - 시위: 왜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나, 현재 전 세계 시위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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